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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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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MSNUH 작성일2017-04-17 조회2,39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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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는 것의 의미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아프다’는 말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의사인 내가 가장 자주 듣는 형용사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다. 우리 몸에 통증 같은 괴로움을 느끼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지만, 병이 들었다는 의미도 있다. 

 

실제 우리가 단편적으로 느끼는 통증이나 아픈 증상은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리고 또한 회복 시키는 소정의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허리 척추 뼈에 염증이 있으면 그 부위에 통증을 일으켜 과다한 운동을 못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손상을 줄이고 회복을 빠르게 한다. 복통과 설사는 상한 음식을 소화기관에서 배설하고, 기침과 가래는 기관지나 폐에 생긴 분비물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어지러워 쓰러지는 기절 현상도 머리를 심장 높이로 낮추어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는 방어 기전이다.

 

‘아프다’의 다른 뜻은 병이 들었다는 것으로 좀더 개괄적인 표현이다. 병이 악화되면 장애가 생기고 사망할 수도 있다. 환자는 신체장애에 대하여 새삼스런 느낌을 가진다. 아프고 나서는 팔 다리를 움직이고,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폐질환 병자에게는 숨을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것 마저 꿈 같은 일이다. 몸으로 이런 경험을 한 환자는 우리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자연히 생각하게 된다. 즉, 철학적인 사유를 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 상 고대로부터 질병의 원인으로 두 가지 학설이 제시되어 왔다. 첫째는 실체론적 질병관으로 원시시대에는 귀신이나 악령, 현대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 병원체가 몸에 침입하여 병이 든다는 생각이다. 다른 이론은 우리 인체 내 각 구성요소 간의 균형과 조화가 깨져서 병이 생겼다는 개념이다. 서양의학에서는 면역에 의한 저항성과 피드백에 의한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 동양의학에서는 기(氣)가 이 범주에 포함된다. 환자에서 이 조화를 유지하는 능력과 자체 회복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어쩌면 인생길에서 휴식이 필요할 때 병이 생긴다고 말할 수도 있다. 결국 이 두 가지 기전이 모두 작용하여 아프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치료도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 병행되어야 한다. 즉 외부 병인에 대한 치료와 함께 자체 내 균형과 기를 살려야 한다. 의료진은 아픈 느낌에서 병의 신호를 감지하고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여 장애를 줄이고 회복하도록 도와준다. 동시에 환자 내부의 면역성, 저항성, 항상성도 증강시켜야 한다. 환자가 자기 삶을 성찰하고 인생길에서 위치와 역할을 재정비 하는 것도 투병에 필요하다. 의학이 인문학, 철학, 종교와의 공조가 필요한 이유이다. 현명한 환자는 의료진과 인식을 공유하여 내부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개인마다 다른 환경과 문화에서 투병하기에 사람에 따라 맞춤 치료가 당연히 필요하다.  

 

대부분의 질환에서 기능저하는 갑자기 나타나지 않고, 정상 상태에서부터 점차 악화되어 심한 장애나 죽음에 도달하기 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인다. 예를 들면 간경화 환자라도 등산을 다니는 경증 환자부터 내일 합병증으로 죽어가는 중증 경우까지 경과가 다양하다. 자기 환자가 이중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의사는 파악해서 기능장애가 적은 상태로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환자의 생활태도와 의지가 중요하다. 적절한 자기관리, 절제 등의 태도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불교에서 보면 인간은 숙명적인 생로병사에서 예외일 수가 없다. 태어났기에 늙고, 늙기에 아프고, 아프기에 죽게 된다. 다르게 말하면 누구나 모두 병이 든다. 단지 순서의 차이일 뿐이다. “앓고 나면 커진다”는 속담처럼 병과 싸우면서 자연스럽게 양보, 타협, 자기 절제, 자기 관리 등에서 더욱 성숙해 진다.

 

어떻게 생각하면 병자는 이런 경험을 일반인 보다 먼저 하고 있는 셈이다. 아프면서 몸으로  터득한 선험적 태도와 생각이 우리 삶에 중요한 조언과 가이드라인이 된다. 앞서 사는 인생, 글자 그대로 선생(先生)에 해당되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환자는 존경을 받았고, 구약성경에는 선지자로도 묘사되어 있다. 

 

‘병’이라는 것은 창조주가 이들에게 내린 형벌이 아닌 시련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아프다’는 통증이 몸에 이상이 생긴 사실을 알리듯이, ‘아프다’는 질병으로 삶에 이상이 생겼다는 경고를 하고 회복시키려는 연기론(緣起論)이자 하느님의 뜻이다. 현명한 환자가 이 과정에서 체험한 삶에 관한 진솔한 생각과 태도는 우리에게 등불이 될 수 있다. 마땅히 존경과 대접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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