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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에 꿈꾸는 의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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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핵의학과 작성일2017-07-21 조회2,5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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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에 꿈꾸는 의료봉사

중외학술복지재단에서는 생명존중을 전파하고 인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2012년에 `성천상'을 제정하였다. 국적과 민족을 초월하여 질병과 빈곤으로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인술을 펼치는 모범적인 의료인을 매년 선정하고 있다. 나는 올해 생각지 않게 심사위원이 되어서 관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각지에서 추천된 11명의 개인 후보와 1개의 단체를 면밀하게 평가하였다. 금년에는 92세의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병자와 가난한 사람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여의사 한원주 선생님을 수상자로 결정하였다. 다음은 그 분에 대해 간추린 이야기이다.

선생님은 일제강압시절인 1926년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두분 모두 3.1만세 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옥고까지 치른 독립투사였다. 이런 부모에게서 정의로운 삶을 교육받으며 자랐다. 1949년 서울여자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었으나 미국에서 다시 내과를 수련 받았다. 십년 후에 귀국하여 평범한 개업 의사 생활을 하는 중 1979년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 녀의 나이 53세 때 일이다. 이 비극을 극복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자 기도에 매달렸다. 마침내 개업을 정리하고 의료봉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한 선생님은 의료봉사와 의료선교에 헌신하면서 1982년 `전인치유진료소'를 국내에 처음 개설했다. 의료뿐만 아니라 생활비, 장학금 등을 병행 지원하여 환자의 자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토탈케어 프로그램이다.

이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하여 독일 선교부 EZE(Evangelishe Zentralstelle fuel Entwicklungs Hilfe)의 국제원조사업으로 지원을 받게 된다. 2008년 선교병원에서 현역을 은퇴한 후 노인요양병원에서 지금까지 봉사하는 의사로 지내고 있다. 한 선생님은 모든 시간을 봉사에 헌신한다. 평일에는 노인환자를 돌보고, 주말에는 봉사단체를 따라 불우 이웃, 외국인 근로자를 진료하고 휴가 때에는 매년 해외의료 봉사단의 일원으로 동남아에서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 그녀의 남은 희망은 100세까지 건강하여 봉사를 계속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 선생님이 근무하는 경기도 요양병원을 찾아가 현장 심사도 하였다. 나는 이성낙 심사위원장과 한 팀이 되어 선생님을 면접하였다. 우리는 60분동안 만났는데 한 선생님의 겸손한 인품과 솔직한 이야기에 빠져들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우선 한 선생님 집안은 분위기에서 남달랐다. 신앙이 밑바탕을 한 강직한 정의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부모 모두 항일운동에 앞장서고 그 인연으로 혼인을 하였다. 아버지는 나중에 독학으로 의사가 되어 마산에서 개업했다. 해방이 되어 귀국동포에서 콜레라가 유행하자 아버지는 개인병원을 정리하고 무료 진료소에서 전염병 퇴치에 전념하였다. 부모님은 나중에 재산을 요양원, 고아원에 기부했다고 한다. 물리학자인 남편은 국비로 미국에서 공부한 후 미국 잔류가 빈번하던 당시에 앞장서 귀국하였다. 가족 모두가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이다. 선생님의 삶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키워드이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은 그녀 일생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배우자의 사망은 모든 사람에게 가장 큰 정신적 충격이란다. 이런 경우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절망과 종교에 대한 회의가 한 선생님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태신앙을 가진 그녀는 하느님에게 기도와 사색 끝에 의료봉사라는 정답을 만들어 내었다. 이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번민을 제 3자인 우리는 알 수 없다. 의료봉사를 위해 환자가 많던 개인 의원을 정리하면서 “다행히 자녀들이 대학까지 마친 상태이어서 더 이상 개업을 하여 돈을 벌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재물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돈은 필요한 경우에만 요긴한 것으로 무조건 이 세상에 쌓아둘 것이 아니다.”

선생님의 의료봉사는 다소 특이하다. 원칙은 자기의 모든 시간을 봉사에 쓰는 것이다. 평일에는 저녁 늦게 까지 의료선교병원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노숙자, 고아, 외국인 근로자를 진료하고, 휴가철에는 해외 의료봉사단에 일원으로 참여한다. 이성낙 선생님이 같이 해외 무료진료에 동반한 적이 있는데 일과가 끝난 저녁에도 오직 한 선생님만 남아 동남아 현지 주민을 진료하고 계시더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무작정 의료봉사에서 선생님은 핵심을 찾아내게 된다. 건강 문제 만 아니라 생활 전체에 관여해 해결하는 `전인 치유'의 개념이다.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봉사하고 진정한 자립을 원하면서 자연히 깨달은 것이다. 여기에 국내외 기관에서 전문적 지식과 방법을 익히게 된다. 선생님의 탁월한 능력은 일개 개인병원의 `전인치유진료소'를 독일 선교부의 국제사업으로 확장되게 한다. 어떤 분야의 대가가 되면 다른 인간사의 원칙과 진리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법이다. 전인 치유는 그 분의 진료철학이 되었다.

그녀의 삶은 단순하다. 28년동안 의료선교병원에서 매달 100만원을 급료로 받았단다. 그녀가 더 이상은 필요 없다고 정한 금액이다. 한 사람의 생활비로도 넉넉하지 않은 이 돈에서 또 기부금으로 나누었다고. 면담 후 병동에서 우연히 그분의 숙소를 발견하였다. 작은 병실을 거처로 쓰고 있는데 환자용 침대에 옷장과 책상이 전부였다. 중외제약 창업자인 성천 이기석 사장님이 지향하던 `생각은 높고 생활은 낮게'를 남 모르게 실천하는 분이다.

봉사도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화 되면 힘도 들지 않고 어려움도 쉽게 극복하는 모양이다. 남을 도와주는 일이 가장 즐겁다는 한 선생님은 현재 92세이나 얼굴이나 몸이 15∼20년 정도는 족히 젊어 보인다. 그녀의 꿈은 건강을 유지해서 100세까지 현역에서 남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얼굴이 동안인 비결을 묻는 나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남을 위한 봉사가 너무나 행복하고 재미나서 몸 안에서 엔도르핀이 증가하는 것 같아요”

이제 선생님에게 봉사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식사와 같이, 익숙하지만 여전히 즐거운 일상이 되었다. 간간히 부딪히는 어려움이나 장해는 오히려 봉사의 기쁨을 더 맛 갈 나게 하는 양념 같은 것이다. 이번에 수상하는 `성천상'이 영양가 만점의 별식이 되어 선생님의 100세 꿈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우리 함께 염원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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