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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와 아우렐리우스 로마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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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핵의학과 작성일2017-09-13 조회2,8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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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와 아우렐리우스 로마황제

올 여름도 예외 없이 태양은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는지 느닷없이 소나기가 내리고는 한다. 농경사회에 살던 우리 선조들은 농사를 좌우하는 해, 구름, , 바람 같은 기상변화를 중요시 하였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귀하게 여겨 비가 오신다고 높여 말했다. 이러한 자연현상은 우리의 권한 밖의 일이어서, 심지어는 강우량을 통치자에 대한 하늘의 평가와 연결하였다. 가뭄은 지도자의 부덕(不德)에 대한 하늘의 벌로 여기어 왕과 대신은 근신하고 자제된 생활을 하면서 기우제를 지냈다.

그러던 우리가 지금은 비가 많이 내리면 깊은 생각 없이 흔히 폭우(暴雨)라고 부르고 있다. 하늘이 폭력행사의 하나로 많은 비를 내린다는 뜻이다. 강우를 하늘의 선물이 아닌, 북한 미사일 같은 재앙처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지역에 따라 쏟아지는 비를 게릴라성 폭우라고 하니 하늘과 틈틈이 유격전으로 싸우는 꼴이다. 인간이 이만큼 교만해진 것일까? 만일 하느님이 있다면 노하여 기상재해로 우리를 혼내줄 것이다.

물론 과학의 발달로 이런 자연현상을 조금은 사람이 조절하고 극복할 수는 있게 되었다. 가물면 구름에 약을 뿌려 강우를 촉진 시키기도 하고, 강의 보와 저수지에 저장한 물이나, 지하수를 이용해 다소 해갈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류의 작은 지식과 좁은 식견으로는 대자연과 운명의 이치와 의지를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우리가 자연에 경외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누었으나 열대야 때문에 잠은 안 오고 시간은 더디 간다. 할 수 없이 서재에 가서 로마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인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신길우 선생님 수필집인 <함께 하는 삶>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우연히도 이 두 책자에서 우리 일생과 시간에 대한 다른 시각을 비교할 수 있었다.

우선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말이다.

사람은 나뭇잎과도 흡사한 것, 가을 바람이 땅바닥에 낡은 잎을 뿌리면 흩어지고 봄은 다시 새로운 잎으로 숲을 덮는다. , , 조그만 잎, 너의 어린애도 너의 아녀자도 너의 원수도 너를 저주하여 지옥에 떨어뜨리려 하는 자나, 또는 사후에 큰 이름을 남긴 자나, 모두가 다 가지 위에서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과 다름이 없다.

이어서 신 선생님이 수필 하루살이에서 설명한 또 다른 일생이다.

하루살이 애벌레는 2-3년간 흙 모래 속에 있다가 성충이 되면 1시간에서 며칠간 산다. 수컷들이 무리 지어 춤을 추면 암컷들이 날아와 짝을 고른다. 혼인비행 후 수컷은 탈진해 바로 죽고, 암컷은 물위나 식물 위에 알을 낳고 죽는다, 흔히 하루밖에 못 산다 하여 하루살이라고 부른다.

 

하루살이에 비교하면 사람은 엄청나게 오래 사는 셈이다(성충의 약 3만 배). 그러나 우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황제처럼 인생이 짧다고 한탄하고 있다.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100세 수명을 기대하고 있으나, 과연 만족할까? 얼마나 삶이 길어야 우리가 충실하고 만족하게 지낼 수 있는지?

다시 황제의 말이다.

우리에게 공통적인 것은 오직 생명이 짧다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마치 영원한 목숨을 가진 것처럼 미워하고 또 사랑하려고 하느냐? 무한한 자연물상 가운데서 네 소유물이 얼마나 작고, 무한한 시간 가운데 네게 허용된 시간이 얼마나 짧고, 운명 앞에 네 존재가 얼마나 미소한 것인가를 생각하라.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 때문에 혹은 기뻐하고, 혹은 괴로워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냐? 

철학자 아우렐리우스는 대자연과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일생이 얼마나 사소하고 부질없나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함께 하는 삶>에서 하루살이는 자기 처지를 안쓰러워 하는 작가에게 이렇게 답한다.

하루이지만 우리는 일생을 산 것입니다. 오늘 밝은 해가 떠오르며 우리는 날개를 폈지요.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흐르고 풀과 나무들이 바람에 춤추는 것도 보았어요. 매미 노래도 듣고, 수많은 꽃 향기도 맡았지요. 개구리와 잠자리 습격에 많은 동료가 잡혀 죽었어요, 그래도 난 살아났으니 복을 받았지요. 혼인비행이 끝났으니 곧 갈 겁니다. 할 일을 다한 참된 생애였습니다.

신길우 선생님은 하루살이의 말을 통해 최선의 삶에 관한 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의 생애도 이렇게 알차게 보내는데 하물며 3만배나 더 긴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는지? 그러나 어차피 유한한 생명이라면, 일생의 길고 짦음과 충실도는 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리라.

아우렐리우스는 스토아파 철학자이자 로마의 황제였다. 경제적 군사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황제가 되어 페스트의 피해를 극복하면서 제국을 지켜내 로마 5 현제(玄帝)로 추앙 받고 있다. 객관적으로 평가해 누구보다도 가치 있는 일생을 보낸 것이다. 그는 전쟁터에서 밤마다 <명상록>을 저술하면서 현실 생활의 갈등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얻고 또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졌다고 한다. 대자연과 운명에 비교하면 우리 일생은 너무나 미미하다는 겸허한 인식이, 거꾸로 그의 진솔한 삶과 감복의 리더십의 바탕이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관점에서 보니, 결국 이 두 책자는 우리 일생의 겉과 속을 성찰한 서로 다른 듯 같은 내용이었다. 책을 읽으며 글을 적다 보니 어느새 새벽녘이 되었다. 한여름 밤 무더위처럼 물러가지 않던 시간이 이번에는 시원한 물처럼 빠르게 흘러간 것이다. 아인슈타인 이론 대로 시간이나 일생의 길고 짧고는 정말 상대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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