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과 인술] 환자의 말을 들어주는 게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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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MSNUH 작성일2007-04-20 조회9,65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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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철 교수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병원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최신의 의학 기술을 도입하여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나 가족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믿을 수 있는 병원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뢰의 신(信)은 사람 인 변(人)에 말씀 언(言)으로 되어 있다. 즉 믿을 信은 ‘사람의 말’이라는 뜻이 된다. 상호간에 신뢰감을 주기 위하여는 말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병원 직원들 간 또는 직원들과 환자 또는 환자 가족들 간에 서로 오고가는 말이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공자께서는 “군자는 그 말이 행동을 넘어서는 일을 부끄러워 한다” “흔히 말을 하는 데 있어서 세 가지 잘못이 있는데, 말할 여건이 되지 않았는데 말하는 것을 조급하다 하고, 말할 여건이 되었는데 말하지 않는 것을 숨긴다고 하고, 안색을 보지 않고 말하는 것을 눈이 멀었다고 한다”고 하여 항상 말을 조심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명심보감에도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의 문이며, 몸을 죽게 하는 도끼와 같은 것이다”라고 하여 말을 조심하라는 교훈이 있다. 성경에도 역시 말에 대한 교훈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잠언에 “함부로 뱉는 말은 비수가 되지만 슬기로운 사람의 혀는 남의 아픔을 낫게 한다. 참말만 하는 입술은 길이 남아나지만 거짓말 하는 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잘린다”라는 교훈이 있다.
흔히 말만 앞세우고 자신의 말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신뢰관계는 형성될 수 없을 것이다. 병원내에서 직원들 상호간의 대화가 솔직하고, 자유롭고, 열려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나 그 가족들과의 대화가 역시 열려 있고 자유로워야 한다. 환자나 가족들에 대하여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면서 친절한 태도로 설명을 해주고 부드러운 태도로 대한다면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병에 대하여 환자나 가족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설명해주는 자세, 병원의 행정절차에 대하여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자세 이러한 기본자세가 환자와 신뢰관계를 맺는 첩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그것은 환자나 가족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자세이다. 다소 조리가 없더라도 일단 겸손한 자세로 경청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운 점을 잘 이해하고, 신뢰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