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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명의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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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MSNUH 작성일2017-04-17 조회1,98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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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의 마로니에 단상

 

 

우리는 생명의 진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어느 모임에서 인문학 교수 한 분이 내게 물어왔다. “지금 과학 지식으로 생명 현상의 몇 퍼센트가 밝혀져 있습니까?” 그러면서 약 10% 정도는 되느냐고 덧붙였다. 나는 0.1%도 안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입구를 지나 한 가운데 놓인 첫 번째 전시물이 나무줄기 및 나뭇잎과 똑 같은 모양으로 변형된 곤충이었다. 이 생물체를 보고 나는 학교에서 배운 소위 중심원리(central dogma)가 오류라고 확신했다. 중심원리란 모든 생물체는 DNA에서 RNA가 만들어지고, RNA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데, DNA는 오직 무작위 변이에 의해서만 변한다는 학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이 환경에 맞는 특성을 갖는다면 그 유전자를 가진 생물체가 번성하여 점차 그 방향으로 진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작위 DNA 변이에 의해 곤충이 나뭇잎과 비슷하게 변하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라 오랜 기간이 걸린다. 실상은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라마르크는 용불용설(用不用說)을 주장하여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여 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했다. DNA의 변이가 어떤 피드백 기전에 의해 조절되어 한 방향으로 변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오랜 전에 생화학을 비롯한 기초의학자들에게 물어보았으나 그런 기전을 분자생물학적으로 찾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피드백 작용을 유추할 수 있는 근거들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후성설(epigenesis)과 마이크로 RNA(microRNA)가 그것이다. 유전자의 이중나선은 조밀하게 묶여 있어 자체로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효소에 의해 묶인 부분이 풀려야 활성화된다. 이런 단백질에 의해 DNA 활성이 조절되는 것을 후성설이라 한다. 마이크로 RNA는 세포질에서 정상적인 RNA의 기능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단다. 내 생각에는 이런 기전의 규명은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더 많은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다양한 사회생물학적 현상의 일부는 집단지능으로 설명한다. 집단지능은 개미나 벌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곤충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미나 벌의 개체 별 지능은 높지 않으나 단체가 되어 집단행동을 할 때는 뛰어난 지능을 보인다. 개미는 냄새에 의해 집단지능을 발휘한다고 밝혀졌다. 먹이가 있는 장소를 처음 발견한 개미는 자신의 궤적을 냄새로 표시한다. 다른 개미들은 이 냄새를 따라 먹이를 찾아내는데 먹이가 클수록 냄새도 더 강해져 더 많은 개미가 모여든다. 사실 집단지능은 인간에서 더 뚜렷이 나타나며 책과 교육을 통해서 극대화된다. 한 사람의 지적 능력으로는 도저히 실현할 수 없는 우주 탐색, 로봇 개발 등이 가능하진 것은 집단지능의 덕이다.

 

우리 사회생활에도 집단지능이 종종 발휘된다. 대통령 선거가 좋은 예이다.  우리나라 지도자였던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대체로 그 시기에 필요한 인물을 뽑았다고 생각한다. 건국 초기에는 외교에 능한 이승만 대통령, 경제개발 시기에는 개발독재 박정희 대통령, 경제의 안정화에는 극우파인 전두환 대통령, 민주주의의 회복에는 투사 김영삼 대통령, 진보주의의 진전에는 좌파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었다. 즉, 집단지능이 민의(民意)의 형태로 나타나 시대에 적절하게 작동한 것이다.

이렇게 생명 현상의 일부를 규명해봐도 그 신비로움은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깊다. 어떤 작용을 이해해도 의문은 꼬리를 문다. 여러 가지 단백질과 핵산의 피드백에 의해 유전자가 변하여 나뭇잎과 흡사한 곤충이 되는 진화 과정을 자세히 규명했다고 하자. 모든 분자생물학적 변화를 설명해도 왜 나뭇잎 모양으로 진화 방향을 정했는지는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이어령 교수님과 대화 중 이런 말을 들었다. 현재 자연과학의 기본 원리는 뉴턴의 만유인력에서 나왔단다. 그러나 과학은 생명현상의 절반만 설명하고 있다. 즉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작용만 설명했지 그 사과가 열리기까지의 과정은 해석하지 못한다. 물론 적당한 햇빛과 물이 있는 땅에 사과 씨가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왜 그 환경, 그 시간에 사과 씨가 왔는지는 해답이 없다. 

인문학은 답을 줄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를 둘러싼 우주나 생명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 아니리라.

 

-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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